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수밀도형 술잔 이야기⑦ - 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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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7월26일 13시56분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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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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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세상에서 가장 에로틱한 수밀도형 술잔 이야기⑦

 

헬레네의 수밀도잔

 

아프로디테가 자신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상징하는 황금사과를 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Paris)에게 약속한 여인이 바로 헬레네(Helene)이다. 헬레네가 이처럼 빼어난 미모를 지닌 것은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와 미녀로 소문난 어머니 레다(Leda)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미녀는 스파르타(Sparta)의 헬레네(Helene)다. 헬레네와 관련된 말 중에 “이 얼굴이 1,000대의 선박을 출정하게 한 얼굴이란 말인가”라는 게 있는데, 이 대사는 <일리아드>에는 안 나오고 <파우스트(Faust)> 전설에 나오는 말이다. 또 사실 <일리아드>에서 그리스 함대는 481척 밖에 되지 않는다. 그밖에 노을 진 성벽에 나타난 그녀를 보는 이들은 “과연 전쟁을 일으키게 할 만한 미모다”라고 극찬했다.

이를 가지고 그리스인들은 여자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는데도 외모에 반해서 정신 못 차린다고 시니컬해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일리아드>에서 이 대사가 나오자마자 “하지만 저 여자 때문에 우리의 아들들이 많이 죽었다. 저 여자는 빨리 트로이를 떠나는 게 좋다”라고 한탄하는 내용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리아드>에선 오로지 신들의 내기 때문에 파리스가 헬레네의 사랑을 차지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무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는 것으로 돼 있다.

놀랍게도 약 3천년 후까지 계속 살아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J. W. Goethe, 1749~1832)의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Faust)>에 다시 등장한다. 여기서 주인공 파우스트 박사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Mephistopheles)와의 계약 덕분에 헬레네를 만나서 그녀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여자의 변심은 무죄라고 한다. 헬레네는 여전히 미모를 잃지 않고 결혼했다니 그것도 경이롭고, 파우스트 박사와 결혼한 헬레네는 무려 임신까지 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 아이는 놀랍게도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바이런이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파우스트 박사와 헬레네 사이의 자식 바이런은 전쟁터에서 요절하고 만다.

<파우스트>에서의 헬레네는 고전고대 그리스의 절대미를 상징하는 것이고, 파우스트와 헬레네 사이에 태어난 바이런은 실제 인물인 영국 시인 바이런을 염두에 둔 것으로, 19세기 전반에 그리스가 오스만 튀르크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영국 시인 바이런이 여기 참전했다가 전사한 것을 괴테가 나름의 방식으로 묘사한 것이다. 고전 고대의 그리스와 그 후예를 자처하는 근세 서양을 이어주는 끈 중에서 당시에 이 바이런의 삶처럼 극적이고 두드러진 것은 없었을 터이니 말이다.

 

<기네스북(Guiness World Records)>에 따르면 미인을 재는 데도 척도가 있는데, 그 척도가 바로 ‘헬레네’이다. ‘1 헬레네’란 ‘전함 1,000척’을 움직일 수 있는 미모라고 한다. 요즘 미스 유니버스라면 0.002 헬레네 정도의 미모라고 할 수 있다. 헬레네의 고전적인 옆얼굴은 마치 대리석을, 쪼아낸 자국도 없이 조각한 것 같았다. 피부는 설화석고 같았지만, 설화석고보다는 훨씬 따뜻했다. 사내들은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고, 이따금씩은 헬레네도 사내들에게 넋을 잃었다. 밤새도록, 헬레네를 훔쳐 로맨틱한 섬으로의 도피를 꿈꾸지 않는 그리스 사람이란 불면증에 걸린 자들밖에 없었다. 헬레네의 아름다움은, 사내들로 하여금 집을 떠나게 하는 아름다움, 만일에 그만한 미모를 갖춘 아내가 있다면 사내들로 하여금 일찍 귀가하게 하는 그런 종류의 아름다움이었다.

 

(Helen of Troy/ John Gibson) (Helene 조각상)

 

헬레네(Helene)는 그리스식 이름이고, 영어로는 헬렌(Helen)이라고 하며, 아일랜드 지방에선 에일린(Aileen)이라고도 한다. 프랑스에선 엘렌(Ellen), 독일에선 헬레나(Helena), 스페인 같은 남부유럽에선 엘레나(Elena)라고 한다. 그들 나름대로 미인의 이름을 재창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헬레네는 주신 제우스와 인간 여인 레다의 딸이었다. 레다는 제우스의 아이인 헬레네와 영웅 폴리데우케스(Polydeuces) 말고도 인간 남편인 스파르타의 왕 틴다레우스(Tyndareos)의 아이 클리타임네스트라(Clytemnestra)와 카스토르(Castor)를 함께 임신하고 있었다.

스파르타의 공주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능욕당하고 임신까지 하는 비참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를 비관해 자살을 기도했던 것으로 보이나 아프로디테의 신녀이자 창녀인 로테시아에게 발견되어 살아난다. 이때 아이는 유산, 이미 망가진 몸이니 차라리 죽여 달라고 부탁하지만, 오히려 로테시아는 ‘여인의 아름다움은 권력’이라는 아프로디테 여신의 교리를 전수하며 새로운 인생을 제시한다.

이후 헬레네는 피부가 희어져 아름답게 되나 피를 말려 수명을 줄이는 독약을 마시며 아프로디테 신전의 창녀들과 함께 남자를 농락하는 삶을 즐기는 한편, 미모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너무도 손쉽게 손에 들어온다는 것을 깨닫고 종국에는 세상 전체를 얻고자 지략가적 면모를 갖춘 악녀로 변신한다. 그리스가 동방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트로이가 필요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자신의 구혼자들을 이용해 트로이 정복 계획을 짜는 단계에 이르면 거의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욕을 가진 팜므파탈로 변한다.

사실 헬레네에게도 행복해질 기회가 있었는데, 헥토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자 아버지에 대한 복수와 세계를 지배하겠다는 야망을 포기하고 그와 결혼하여 평범하게 살려고 했다. 그러나 헬레네의 비참한 과거사를 알게 된 메넬라오스가 헥토르를 비롯한 트로이 왕가에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여 결혼을 요구한다.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없는 인생막장이라고 생각한 헬레네를 더 깊은 막장으로 빠뜨린 비극적 사건. 결국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와 결혼해 가족에게 복수하고 스파르타를 접수한 후 왕비가 되고, 이후 사절단으로 건너온 파리스를 유혹하여 트로이로 건너가 전쟁을 일으킨다.

 

헬레네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자 그리스 전역에서 많은 구혼자가 몰려왔다. 이 중에는 오디세우스(Odusseús)와 파트로클로스(Patroklos), 그리고 아가멤논(Agamemnon)의 동생 메넬라오스(Menelaos)도 있었다. 스파르타의 왕이면서 헬레네의 아버지 틴다레오스(Tyndareos)는 이들 중 하나를 사위로 뽑으면 남겨진 구혼자들이 다툴까봐 사위를 뽑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타카(Ithaca)의 왕 오디세우스가 틴다레오스가 고른 사위가 싸움에 말려들면 구혼자들은 모두 그의 편을 들겠다고 미리 맹세를 하도록 꾀를 냈다. 구혼자들이 맹세를 마치자 틴다레오스는 메넬라오스를 택했다. 틴다레오스가 죽고 왕자인 카스토르(Castor)와 폴리데우케스(Polydeuces)도 일찍 죽자 헬레네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스파르타의 왕좌에 올랐다. 헬레네는 메넬라오스와의 사이에서 딸 헤르미오네(Hermione)를 낳았다.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으나, 나중에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의 아들 파리스의 아내가 되었다. 헬레네라는 이름은 그리스어가 아니지만, 원래는 그리스 원주민의 여신 이름이었던 듯하며 새나 나무와 관계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호메로스에 의하면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기가 원하는 모든 남자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힘을 부여받은 절세의 미인이었다고 한다.

다른 설에 의하면, 그녀는 제우스와 인간에게 불행을 초래케 하는 분노와 응징의 신인 네메시스(Nemesis)의 딸이라고 한다. 제우스의 구애를 받은 네메시스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하면서 도망 다니지만, 마침 독수리가 되었을 때 백조로 변한 제우스에게 붙잡혀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리하여 네메시스는 스파르타의 숲에서 몰래 알을 낳았으나, 양치기가 그 알을 발견하고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Leda)에게 바쳤다. 알이 부화되어 헬레네가 태어나자, 레다는 그녀를 자기 딸로 삼아 양육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우스가 백조로 변해 정을 통한 상대는 레다 자신이었다고 일컬어진다.

디오스크로이(Dioskuroi, 제우스의 아들들)라 불리는 카스토르(Castor)와 폴리데우케스(Polydeuces)는 헬레네의 오빠이며, 아가멤논의 아내가 된 클리타임네스트라

(Klytaimnestra)는 스파르타 왕 틴다레오스(Tyndareos)의 자식이어서 불사신이 아니고, 영웅 폴리데우케스와 헬레네는 제우스의 자식이기 때문에 불사신이라는 설이 있다. 또 레다는 알을 두 개 낳았는데, 그 중의 하나에서는 틴다레오스를 아버지로 하는, 죽을 운명을 가진 인간의 자식 두 사람, 또 하나의 알에서는 제우스를 아버지로 하는 불사신의 자식 두 사람이 태어났다는 설도 있다.

한편 헬레네도 나중에는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남편인 메넬라오스와 함께 ‘극락세계, 행복이 가득한 낙원’ 엘리시온(Elysion)의 들에 보내져 영원히 행복한 생활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메로스는 후자의 설을 택했다. 헬레네는 12세 때, 그녀를 아내로 삼고자 하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유괴되었다. 그는 아티카의 아피드나이에 헬레네를 유폐하고 어머니인 아이트라한테 맡긴 뒤, 자신은 친구인 라피테스족의 왕 페이리토오스(Peirithoos)가 아내로 삼기로 원하는 제우스의 딸을 탈취하는 계획에 가담했다.

아프로디데 만큼이나 아름다웠던 헬레네에 대한 소문은 곧 그리스 전역으로 퍼져 불과 열두 살 때 그녀는 그리스의 남성들을 매료시켰다. 모험심이 유난히 강한 테세우스가 이러한 소문을 듣고서 그녀를 아내로 삼기 위해 친구 페이리토오스와 공모하여 그녀를 납치해 갔다. 이에 그녀의 오빠인 카스트로와 폴리데우케스는 누이를 구하기 위해 아티카로 달려갔다. 마침 테세우스가 페이리토오스와 함께 하계로 내려가고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무사히 누이를 구출하여 스파르타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기도 전한다. 페이리토오스가 택한 제우스의 딸은 다름 아닌 하데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Persephone)였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페르세포네를 유괴하려고 저승에 갔으나 곧 하데스에게 발견당해 사슬에 묶여 ‘망각의 의자’에 앉게 됨으로써 지상에 돌아오는 일을 잊고 말았다. 그 사이에 헬레네는 디오스크로이에게 구출되어 무사히 스파르타로 돌아왔다. 이때 테세우스의 어머니 아이트라도 잡혀 스파르타에 가게 되었다.

(망각의 의자)

 

헬레네가 결혼할 나이가 되자 각지에서 훌륭한 젊은이들이 찾아왔다. 그 결과 아버지 틴다레우스의 궁성은 구혼자들로 가득 찼다. 그리스 전역의 거의 모든 왕족이 다 구혼을 했을 정도이다. 그것은 마치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을 흠모하여 몰려드는 구름떼와 같았다. 구혼자들은 모두 합쳐 100여명에 달하였는데, 그 가운데에는 미케네의 왕자 메넬라오스를 포함하여 오디세우스, 필라메데스, 디오메데스, 안틸로코스, 아이아스, 이도메네우스, 필룩테테스 등 당대의 이름난 영웅들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왕은 사위가 되지 못한 젊은이들이 모반이라도 하지 않을까 하여 크게 걱정했다. 이때 구혼자 중에서도 지혜가 많기로 유명한 오디세우스가 구혼자들은 헬레네의 남편으로 선택된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반드시 존중한다는 서약을 미리 하게 하라고 왕에게 권했다. 구혼자들은 모두 이에 찬성하고, 그 서약이 구속력을 갖도록 하기 위한 제물로 바쳐진 죽은 말 위에 올라서서 전원이 맹세했다. 헬레네의 남편이 되는 영광은 메넬라오스에게 돌아갔다. 아마도 그가 가진 풍부한 재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헬레네와 메넬라오스 사이에서 헤르미오네(Hermione)라는 딸이 태어난 지 몇 해가 지났을 때,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스파르타를 방문했다. 앞서 파리스는 절세의 미인을 갖게 해주겠다고 한 아프로디테에게 매수되어,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등 세 여신 중에서 아프로디테가 가장 아름답다는 판정을 내린 일이 있었다. 이제 파리스는 스파르타의 성을 방문하여 헬레네를 만나는 순간, 아프로디테가 약속했던 그 절세의 미인이 누구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메넬라오스가 할아버지인 카트레우스(Katreus)의 장례식을 위해 크레타 섬에 간 사이, 두 사람은 마침내 사랑의 도피 행각을 실행했다. 메넬라오스의 재산 중에서 가장 값진 것도 가져갔었다는 설도 있다. 트로이인들은 헬레네의 아름다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재앙을 불러올 여인이라고 수군거렸다. 파리스의 아버지인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Priamos)는 아들의 선택을 존중하였으나, 원로들을 비롯한 대부분 왕실 사람들은 우려를 표했다.

특히 예언자인 파리스의 누이 카산드라(Cassandra)는 헬레네의 납치는 트로이에 큰 불행을 가져올 곳이라고 경고하며 그녀를 속히 스파르타로 보낼 것을 주장했다. 그녀는 트로이왕 프리아모스와 왕비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헬레노스와는 쌍둥이 남매지간이다. 그 미모에 반한 아폴론이 구애하자 카산드라는 자신과 쌍둥이 오빠에게 미래를 내다볼 예언능력을 준다면 그 사랑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아폴론이 예지능력을 주었다. 그러나 예지능력만 받고 약속을 어기자 분노한 아폴론은 카산드라의 예언을 아무도 믿지 않게 하는 저주를 내렸다.

어떻게 저주를 내렸는가 하면 아폴론이 카산드라에게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면 마지막 이별의 키스라도 해주오’라고 하자 카산드라가 이를 수락했다. 그러자 아폴론은 카산드라와 키스를 하면서 카산드라의 혀에 담긴 설득력을 빼내가 버렸다는 것이다.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의 시조 혹은 아폴론이 그녀의 입안에 침을 뱉었다고 한다. 어느 판본에선 어린 시절에 오빠와 함께 아폴론의 신전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잠들었는데 남매의 귀를 뱀이 핥아서…, 예언 능력을 얻었다고도 전한다.

카산드라는 파리스를 스파르타로 보내면 트로이에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프리아모스 왕과 파리스는 카산드라의 말을 무시했다. 결국 파리스는 세 여신의 심판을 보고 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의 부인 헬레네를 데려오고 만다. 카산드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파리스에게 스파르타로 헬레네를 데리고 돌아가면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간청했지만 또 무시당하고 만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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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하 (1133)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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