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장의 사진 - 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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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1월24일 06시28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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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녕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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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녕하 칼럼

 

이 한 장의 사진

 


자연(自然), 이 말은 표의문자 그대로 읽으면 ‘스스로 되어간다’는 뜻이다. 애초 글자가 만들어진 연원은, 매년 반복되는 사계절의 변화패턴을 읽어낸 갑골문 시대의 기호학자(?)가 창조해낸 역작(力作)이겠지만, 농경사회의 생활과 관습, 신앙과 미래까지 ‘자연’이란 두 글자에 함축되어 있다고 봐야한다.

최근 들어와, 자연이란 글자를 재해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 정도로 사람 사는 세상이 변하고 있다. 반복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던 그대로 내버려둬도(두면), 원래대로 회복되거나 하는 현상이 자연스럽다 했다. 그런데, 뒤바뀐 상태로 유지되거나, 지속적으로 망가져 가거나 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니까, 이젠 그 현상까지 포함하여, 불규칙하고 도발적인 현상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행성도 사람 사는 세상을 벤치마킹이라도 했는지, 돌발 상황을 수시로 드러내곤 한다.

자연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망가뜨려서 그렇게 반응한다고 쳐도, ‘보수전통민족자주개혁민주자유평화’등을 고귀한 이상으로 내세우고, 머리띠 매고 깃발을 치켜들고 대로를 점령하고 떼거리로 일사불란하게 행진하며 만천하를 향하여 포효하는, 고귀한 이념과 사상을 전파하는데 일로매진하는, 인간 종족 중에서도 상위계층에 속할 것 같은 그들의 행위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 세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다’는 말의 재해석이 확장되면서, 생명체의 선천적이며 본능적 요소까지 포함하여, 순리(順理)를 거스르지 않는 ‘순조로운 상태’로 인지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여자끼리 동거(결혼)해도, 남자끼리 결혼(동거)해도, 인권은 정말 중요하기에 그 부분도 사람이 사는 세상에서 가능한 부분으로 인정해야하게 됐다. 그리하여 ‘자연스럽다’는 말 자체가 “순리에 따르지 않는, 부자연스럽게 행동하는 현상”까지 포함해야하는 사태가 눈앞에서 버젓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닷가에서, 러브신 찍는데 좀체 달아오르지 않는 여배우를 보고 속 터진 영화감독이 있었다. 평소 잘 알던 촬영스텝들의 눈길과 촬영현장 주변에 구경나온 주민들의 눈요기 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굳어버린 여배우. 감독은 상대역 남자배우의 기를 살려줘, 여배우를 잘 다루게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팬티까지, 옷을 홀랑 벗어던지고 배우를 독려하는 감독. 야외촬영현장에서, 주민들 앞에서, 촬영스텝 직원들 앞에서, 그런데 감독이 여자였다.

카메라를 붙잡고 촬영을 독려하는, 올 누드가 된 여 감독의 섹시한 뒷모습이 어색한 러브신을 그것도 연기라고 하고 있는 배우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컷의 사진으로 남게 됐다. 옷 싹 벗어던진 누드감독이 한 말. “날 보고 흥분해 봐!”, “X8! 차라리 내가 찍지! 나한테 하듯 해 봐!”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그날 이후 감독은 떴다.

 

본래 말짱하게 완벽한 미인보다 흠집 좀 있는 미인이 더 잘 연기한다고 한다. 과일도 탱글탱글 미끈덩한 과일보다 흠집 좀 난 과일이 더 맛있다고 한다. 사람이나 과일이나 똑같나보다. 일을 할 때도 완벽주의 보다는 다소 덜렁대도 푸근한 인간이 더 친근감이 가는 것도 그래서인가 보다. 다만 사람 관계는 차선의 선택을 했을 때, 평생 악연이 될 가능성이 많다. 인간관계, 즉 대인관계를 용서 이해 등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풀어가려한다면 이는 “평생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나쁜 사람도 조금씩 만나서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결국은 물이 들고 만다. 북간도에서- 독립운동 당시, “정탐하라 하였더니- 정만 탐하고 왔느냐?”는 일화가 있다. 정탐대상이 여자였는지는 기록에 없다. 까닭은, 일제 앞잡이 노릇하고 돈 받아 처먹으며, 독립운동 하는 동족을 팔아넘기는 매국노들이, 비즈니스 하듯 두만강, 토문강, 송화강, 해란강 근처에 득시글하던 때였다. 애국 열사들의 독립운동 활동상황이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고, 소각하고, 없애버리게 된 이유이다. 이건승 등 소론계열 강화학파의 간도에서의 독립운동 활동상황이 이 같은 이유로 감춰지게 된다. <혈의 누> 이인직은 이완용의 졸개 짖을 하며, 나라 팔아먹는 짖을 독과점하기 위해 ‘피눈물’을 흘렸는지 몰라도, 구국열사들은 애국충정을 가슴속에 삭히며, 동토에서 죽어갔던 것이다. ‘이 한 장의 사진’도 그래서 지면에 ‘자연스럽게’ 싣지 못한다. 까닭은 인권이 정말 중요하기에.

권녕하

시인, 문화평론가 <한강문학>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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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하 (1133)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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