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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2월13일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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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11월22일 15시42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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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하의 취중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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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하의 취중진담

 

空술 때 술 강권하는 拙丈夫

 

 

내 돈이면서 공돈 같을 때가 있다. 입던 옷을 오랜만에 다시 입었을 때 주머니에서 지폐 몇 장이 나오는 경우가 그렇다. 이게 웬 횡재냐 싶지만 실상은 내 돈이다. 내 돈도 그럴 지언정 진짜로 공돈이 생기면 어쩌랴. 부정한 돈이 아니면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을 사기도 하고 술 한 잔 마시고 싶기도 할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경제학자들은 공돈효과라고 한다. 이를 테면 도박꾼들이 돈을 땄을 때 그 돈을 공짜로 얻은 돈이라 여기고 이전보다 더 큰 돈을 배팅하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연히 이익을 얻게 될 경우 이전에 하지 못 했던 위험성이 높은 일을 행하려는 현상을 말한다고 한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공돈효과에 이용당하는 경우가 꽤 많다. 공돈효과는 기업 마케팅 전략으로 자주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들에게 공돈 못지않게 공술에도 목숨 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소보다 많은 공술을 마시게 되는 시기다. 회사 망년회, 동창회, 친구 모임 등 주당들은 정말로 신나게 내 돈 내지 않고 공술을 즐기는 계절이다.

문제는 이런 계절에 꼴 볼견 주당들이 있어서 술자리를 짜증나게 한다. 평소엔 소주 한잔 사지 않던 친구들이 공술자리에선 마치 자기가 주빈(酒賓)인양 주석을 돌며 술을 강권한다.

이런 사람들은 비단 망년회 같은 회식 자리가 아니라도 그렇다. 어쩌다가 어느 단체에서 객들을 불러 술 한 잔 하는 자리에서 막상 술값 내는 사람은 정중동 하고 있는데 객중에 술 잔 들고 설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잔치집이고 상갓집이고 가리지 않고 술 마실 일만 생기면 설쳐댄다. 평소에 동창회비 걷는 일이라든가 봉사 하는 일에도 그랬다면 눈살 찌쁘리지 않겠지만 평소엔 그야말로 소주 한잔 사지 않는 노랭이다.

그렇다고 하루 세끼 밥 먹을 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노자 돈이 없어서 걸어 다녀야 할 형편도 아니다. 자기 것을 사거나 쓰는 데는 지갑을 잘 연다. 이런 사람들은 설령(設令) 공돈이 생겨도 친구들을 위해선 쓰지 않는다.

뿐이랴 남이 사는 주석에 참여해서는 마치 자기가 술사는 사람처럼 비싼 안주시키고 술도 마구 시켜 댄다. 그리고 술 잘 못 마시는 사람에게 강권한다. 참으로 졸장부 같은 짓이다.

자기만 적당히 마시면 될 것을 남에게 술을 강권하는 심리는 무엇인가.

계주생면(契酒生面)이란 말이 있다. ‘계를 모아 장만한 술을 자기가 차리는 것처럼 낯을 낸다’는 말이다. 계주생면의 달인들은 당연 정치가들일 테고, 행정가들일 수도 있다. 국회에서 예산 심의를 할 때 한 푼이라도 자기 지역을 위한 예산을 더 따내려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생색내기 위해서일 테고, 행정가들이 펼치는 각종 선심성 행사도 마치 자기가 선심을 쓰는 것처럼 한다. 대장부다운 행동은 아니다.

계주(契酒)라면 그래도 얼마간의 곗돈은 내서 지분(持分)이 있으니까 백% 공술을 먹는 것은 아니겠지만 술 못 마시는 사람에게 술은 강권마라.

담배를 끊듯이 술을 끊으려 하거나 단주를 결심하는 사람들은 술 마시기를 강요받으면 얼마나 괴롭겠는가.

특히 알코올 문제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는 의외로 많다. 바로 알코올 의존중 환자들이다. 알코올 의존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술에 대한 갈망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일반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남이 권하는 술을 거절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낀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잔인데 어때”라며 술을 권하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속담 중에 ‘공술로 술 배운다’는 말도 있고, ‘공술 한 잔 보고 십 리 간다’는 말도 있다. 하기야 ‘공것이라면 양잿물도 먹는다’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공것에 대한 갈망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만은 아닌 듯싶다.

요즘 공직사회에선 김영란법 때문에 공술 먹을 기회가 많이 박탈되었겠지만 평소 남의 술 먹기를 좋아하면 언젠가는 심하게 탈이 난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계절 같다.

그나저나 오늘 밤 나에게 술 한 잔 사줄 사람 없우.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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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하 (1133)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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