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스승으로 삼으니 즐거움을 아는 자 ‘혼돈주’로세” - 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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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9월26일 06시34분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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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담의 복원 전통주스토리텔링(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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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담의 복원 전통주스토리텔링(41)

 

“술을 스승으로 삼으니 즐거움을 아는 자 ‘혼돈주’로세”

 

 


중추가절에 사물의 경치는 맑게 빛나고 있는데(中秋物色屬光晶),

이슬에 씻긴 하늘에는 해가 밝게 떠있네(露洗長空瑞日明).

경사스런 날 세자는 욕례를 파하니(慶衍春宮褥禮罷),

백관의 잔치에 은혜 베풀 것을 생각하네(恩霑鵷列綺筵榮).

술잔에는 술이 가득히 궁온을 나누는데(霞觴瀲灩分宮醞),

임금의 말씀은 정녕하여 성정을 닮았네(天語丁寧寫聖情).

어찌 요행히 내가 성대한 잔치에 참여하였는가(何幸微臣忝盛美 ).

궁궐에서 춤추며 생성하는 은혜를 받네(彤庭跳舞何生成).

 

높은 하늘에 달이 밝으니(皎皎九霄光), 천리 밖 멀리까지 가득 차네(滔滔千里遠).

둥근달은 때에 따라 이지러지고(圓者有時缺), 가는 것은 돌아올 줄 모르네(逝者不容返).

(…중략…)

이불을 안고 돌다리에 의지하여(擁被倚石矼), 술병을 여니 혼돈주가 넘치네(開尊潑渾沌).

(…중략…)

정순부가 탁주를 좋아해(鄭淳夫喜獨酌), 이름을 혼돈주라 하였다(名日渾沌酒).

 

앞의 시는 조선시대 문신이자 시인이었던 노진(1518~1578)의『옥계선생문집』에 수록된 “추석날 밤에 군신에게 잔치를 베풀다(秋夜宴君臣)”라는 시(詩) 전문이고, 뒤의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었던 박은(1479~1533)의 시문집 <읍취헌유고>에 수록된 “장어사 다리 위에서 중추에 달구경하다. 택지의 운을 사용하다(藏魚寺橋上 中秋翫月 用擇之韻).”라는 제하(題下)의 시(詩)이다.

위의 두 시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추석날에 궁에서 임금이 신하들에게 잔치를 베푸는데, 이때 임금이 선온(宣醞, 술을 내림)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거니와, 민간에서는 추석에 ‘혼돈주(混頓酒)’를 마시는 습속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풍속에 추석에 마시는 술이 ‘햅살술(신도주 新稻酒)’이였다는 사실은 이미 언급하였거니와, ‘햅쌀술’ 외에 추석에 마시는 술이름에 대한 기록을 찾지 못하다가, 박은의 시를 통해서 또 다른 추석의 술을 찾게 된 것이다.

‘혼돈주(混頓酒)’는 조선조 중엽 문인이었던 정희량(鄭希良, 1469-?)의 문집 <속동문선>의 서(序)에 소개된 시(詩) ‘혼돈주가(混沌酒歌)’에서 그 유래를 찾고 있다. ‘혼돈주가’를 썼던 정희량(鄭希良)의 자는 순부(淳夫)로, 연산군 시절, “거듭되는 사화로 인해 정치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금강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고 전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신선로 하나를 가지고 다니면서 어느 때고 주변의 산채며 열매를 이용하여 안주를 만들고, 손수 빚은 술을 거르지 않은 채로 즐겨 마셨다.”고 한다.

이로써 ‘혼돈주(混頓酒)’는 청주도 아닌, 그렇다고 막걸리처럼 거른 술도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희량이 지칭한 ‘혼돈주(混頓酒)’의 의미는, “천지만물과 자기 자신이 분별을 넘어선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상징하기 위해 빚어 마셨던 술” 이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혼돈주(混頓酒)’라는 주품이 정순부(鄭淳夫로부터 유래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의 기록인 즉, 내가 나의 탁주를 마시고(我飮我濁), 나의 천성을 보전하니(我全我天), 나는 술을 스승으로 삼으나(我乃師酒), 굳이 청주도 아니고 탁주도 아니요(非聖非賢), 그 즐거움을 즐기는 자로세(樂其樂者). 마음에 즐거워하여(樂於心) 늙음이 장차 오는 것도 모르니(不知老之將至), 그 누가 내가 이 술을 즐겨함을 알랴(人孰知予之樂是酒也).

이른바, “혼돈주를 마시니 마음에 즐거워하여 늙는 줄도 모르니, 그 누가 내가 혼돈주 즐겨함을 알 것이냐”고 하는 시(詩)의 내용이 그것이다. 술을 마시고 취해서 그런 경지에 이르러 세상의 시비를 넘어서고자 했고, 그는 또 “성현(淸酒)이 아닌 혼돈주(濁酒)를 스승 삼아 천성을 보존한다.”면서, 유가적 규범에 반발하고 도가적인 초탈을 노래했다.

이러한 설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박은의 “장어사 다리 위에서 중추에 달구경하다. 택지의 운을 사용하다(藏魚寺橋上 中秋翫月 用擇之韻)”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든 ‘혼돈주(混頓酒)’는 탁주류이면서 이양주(二釀酒)인데, 밑술의 제조과정이 대표적인 청주의 하나인 ‘백하주’와 매우 비슷하며, 술맛에 있어서는 그리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

‘혼돈주(混頓酒)’를 수록하고 있는 문헌으로는 시대미상의 <승부리안주방문>과 1800년대의 <양주방>, 1936년간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승부리안주방문>과 <양주방>의 기록에 의한 ‘혼돈주(混頓酒)’ 주방문을 보면, “멥쌀을 가루 내어 끓는 물에 개어서 범벅을 만든 다음, 누룩가루와 석임 각 1되를 함께 버무려 밑술을 만든다. 3일 후에 술밑을 걸러 누룩찌꺼기를 제거하고 찹쌀고두밥을 넣어 익히면 3일이면 뜰 수 있다.”고 하여, 시의 내용처럼 ‘혼돈주(混頓酒)’가 산 속에서 빚을 수 있는 술은 아니지만, 거르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탁주라는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즉, 누룩이 들어간 밑술을 걸러서 덧술을 하게 되므로, 술이 익으면 물을 타서 거르거나 여과할 필요 없이 술과 술찌꺼기(밥알)까지를 다 마실 수가 있다는 점에서, ‘혼돈주(混頓酒)’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혼돈주(混頓酒)’와 같은 술빚는 방법은, <승부리안주방문>과 <양주방>의 ‘호산춘’과도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어쩌면 가장 궁핍했던 시절이나 환경에서 이뤄지는 술 빚기의 한 형태라고도 할 수 있으며, 밥알까지 함께 떠 낸 탁주 한 잔으로 한 끼 식사를 대신했던, 과거 굶주렸던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양주방>의 ‘혼돈주(混頓酒)’는 밑술의 범벅을 잘 익게, 끓는 물과 쌀가루를 골고루 잘 이겨 범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석임의 양에 따라 술맛이 결정되므로 주 발효가 끝나면 바로 채주하여 마시는 것이 맛이 좋다. 주발효기간이 길어질수록, 술을 걸러둔지 오랠수록 술맛은 독해진다.

한편, 일제 강점기의 기록으로 한국인에 의해 쓰인 양조관련 문헌으로는 마지막 기록이라고 할 수 있는 이용기의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의하면 ‘혼돈주(混頓酒)’는 청주도 탁주도 아닌, 그렇다고 해서 탁주(발효주)도 소주(증류주)도 아닌, 그런 합성주(合成酒)의 개념으로 수록되어 있다.

주방문에 “혼돈주는 탁주(막걸리)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것이니, 좋은 ‘합주(合酒)’를 반 사발 쯤 준비하여 좋은 소주 1잔을 가만히 1분 동안 (잔) 벽면을 따라 조심스레 부으면, 소주가 속으로 들어가지 (섞이지, 가라앉지) 않고, 위로 맑게 떠오르나니, 그제야 마시면 다 마시기까지 ‘합주’와 소주가 같이 드러나오니, ‘합주’는 차고 소주는 더워야 좋고, 소주를 ‘홍소주’를 타면 빛깔이 곱게 되나니라. 맛은 매우 좋으나, 아무리 대주객이라도 이렇게 다섯 잔 외에 더 마실 것이 아니니, 다른 술보다 매우 취하나니라.”고 하고, “특별히 술을 빚는 법(주방문)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하여,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혼돈주’는 오히려 요즘 유행하는 ‘폭탄주(爆彈酒)’가 아닌가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이 쓰였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에 너무나 비참했을 것이고, “취하여 혼미(昏迷)한 상태가 아니면 견디기 어려웠을 조선인들의 삶을 대변한 술이 이 ‘혼돈주’가 아니었을까” 싶고, 혹, “이 술은 여러 잔 마시고 대취하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여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혼돈주는 일제강점기 독립군들 사이에서 투쟁과 결속의식을 다지기 위해 마셨던 술이었다는 사실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어떻든 <승부리안주방문>과 <양주방>에서 볼 수 있는 발효주로서의 ‘혼돈주’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혼성주로서의 ‘혼돈주’가 매우 상이한 술이기는 하나, 발효주 ‘혼돈주’는 술이 익어 하얗게 떠오른 밥알까지 함께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운치가 있어, 추석날 온가족이 함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고, 혼성주로서의 ‘혼돈주’는 한국식 칵테일이나 폭탄주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훨씬 더 매력 있는 술이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한 술자리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혼돈주법 <승부리안주방문>, <양주방>

◇주원료▴밑술:멥쌀 6되, 섭누룩 1되, 석임 1되, 끓는 물 2병

▴덧술:찹쌀 4되

◇술 빚는 법밑술:① (희게 쓿은) 멥쌀 6되를 (물에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 ②물 2병을 솥에 붓고 팔팔 끓으면, 멥쌀가루에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고르게 익힌 범벅을 만들어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차게 식힌 범벅에 섭누룩 1되와 석임 1되를 한데 합하고, 고루 버무려서 술밑을 빚는다. ④4.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밑술이 익었으면 체에 밭쳐서 술 찌꺼기를 제거한 탁주를 그릇에 담아 놓는다. ② (희게 쓿은) 찹쌀 4되를 물에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③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낸다(고루 펼쳐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걸러 둔 밑술에 (차게 식힌) 찹쌀 고두밥을 섞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친 뒤,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는데, 3일이면 술을 쓸 수 있다.

* 주방문 말미에 “녀름에 조흐니라.”고 하였다.

<승부리안주방문(혼돈쥬법)> 미 뉵승 작말여 되 두 되 탕긔로 여 탕긔을 끌혀 여 거든 죠흔 섭누록  되 서김  되 너허 비 삼일 만의 졈미 승 셰여 닉게 고 술밋 걸너 석거 너허 삼일이면 쓰니라. 녀의 죠흐니라.

<양주방(혼돈주)> 희게 쓴 멥쌀 엿되를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가루로 만들어 물 두 병을 끓여 차디 차지거든, 가루누룩 한 되와 석임 한 되를 한데 넣어라. 이렇게 빚은 지 사흘 만에 찹쌀 너 되를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꽤 익게 찌고, 술밑을 체에 밭여 버무려 넣어라. 사흘 뒤에 쓰면 향내가 나고 콕 쏘게 매우니, 따르면 금방 나온다. 여름에 가장 좋다.

 

混沌酒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

◇주 원료:합주 1사발, 소주 (또는 홍소주) 1잔

◇술 빚는 법:①큰 유리잔에 합주를 1사발 쯤 담아 놓는다. ②소주를 뜨뜻하게 1잔을 데워서 합주를 담은 잔의 가장자리에 대고 조심스레 찬찬히 기울여 따른다. ③합주는 차고 소주는 따뜻하므로 소주가 합주 위로 떠올라 층을 이룬다.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혼돈주(混頓酒)’는 <양주방>의 ‘혼돈주’ 방문과는 상이한 방법과 의견으로 기술되어 있다. 따라서 <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의 ‘혼돈주(混頓酒)’는 오히려 요즘 유행하는 폭탄주가 아닌가 여겨진다. 혹, 폭탄주를 여러 잔 마시고 대취하여 정신이 혼미해진다 하여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소주는 ‘홍소주(紅燒酒)’를 사용하면 ‘홍소주(紅燒酒)’의 붉은 색깔 때문에 층을 이룬 모습이 더욱 뚜렷하고 아름답다.

<혼돈주 混沌酒> 혼돈주는 막걸리에 소주를 타서 먹는 것이니 조흔 합주를 반사발  하야 조흔 소주 한 잔을 합주에다가 가마니 한 엽흐로 일분 동안을 으면 소주가 속으로 드러가지 안코 위로 맑아케 올으나니 그제야 마시면 다 마시기지 합주와 소주가 가티 드러오나니 합주는 차고 소주는 더워야 죠코 소주는 홍소주를 타면 빗이 곱게 되나니라. 맛은 매우 죠흐나 아모리 대주객이라도 이러케 다섯 잔 외에 더 마실 것이 아니니 달은 술 보담 매우 취하나니라.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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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하 (1133)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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