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발효秘傳으로 건강과 행복을 함께 나눕니다’ - 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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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05월20일 18시03분 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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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누룩, 전통주, 전통식초… 전통제조방법으로 맥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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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경(좌) 이사와 김경찬(우) 대표가 식초와 전통주를 마셔보며 좋은 제품 만들기에 골돌하고 있다.


농업회사법인 두루(주) 김경찬 대표, 구은경 이사

 

‘최고의 발효秘傳으로 건강과 행복을 함께 나눕니다’

전통 누룩, 전통주, 전통식초… 전통제조방법으로 맥을 살린다

 

 


좋은 땅의 기운을 느낀다는 ‘두루’ 양조장의 전경.
산하가 온통 녹색바다다. 녹색 바다에 이팝나무며 아카시아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하얀 꽃들을 피어낸다. 녹색바다에 하얀 꽃 너울이 면사포를 쓴 신부 같다. 장미대선은 끝났지만 도처에 붉은 장미가 만개하는 5월은 참으로 신명나는 계절이다.

이런 좋은 계절에 새로운 술 맛 찾아 떠나는 취재 여행은 저절로 휘파람이 나온다. 오늘은 어떤 술이 기다리고 있을까. 널리 소문난 술이야 구태여 술도가를 찾지 않아도 먹어볼 기회가 있겠지만 신생 양조장은 직접 찾지 않으면 술맛 보기가 흔치 않아서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은 조용한 마을이다. 홍천 강으로 이어지는 내가 흐르고 골짜기로 이어지는 들녘에는 의외로 논밭이 많아 목가적인 농촌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마치 잊고 살았던 고향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정겨운 고장이다.

이곳에 3년 전부터 양조장을 짓기 시작하여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술을 내는 양조장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전통주를 취급하는 지인이 꼭 한번 찾아보라는 말만 믿고 양조장을 찾아 나섰다.

양조장을 찾아가는 길목 어디에도 간판이나 안내판이 서 있지 않아 내비게이션이 아니면 찾기도 힘든 양조장이 ‘두루’다. 정확히는 ‘농업회사법인 두루주식회사’다.

‘두루’란 말이 무슨 뜻일까. 영어인가 불어인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순수한 우리나라 말이고요, 사전적 의미로는 ‘빠짐없이 골고루’란 뜻입니다. 사람들에게 전통발효로 두루두루 건강하고 행복함을 널리 알리겠다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두루’라고 정했습니다” 김경찬 이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쉽게 이해를 했다.

 

김경찬 대표가 전통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세상에 건강과 행복을 두루두루 알리고 싶어 회사명을 ‘두루’로 정해

농업회사법인 두루주식회사는 3년 전 김경찬(48세) 씨와 부인 구은경(46세) 씨가 설립 한 회사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신생기업이다.

명함에는 김경찬 씨가 이사로 구은경 씨가 대표로 되어 있다. 어찌된 영문일까?

이에 대해 김경찬 씨는 “10여일 전에 제가 대표를 맡기로 했는데 아직 명함을 바꾸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이들 부부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라고나 해야 할까. 두 사람 다 대학에서 정보통신공학(대학은 다른 곳)을 전공하고 95년에 KT에 입사했다. 신입사원 교육 때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사내 결혼을 했다고 한다.

53도짜리 증류주가 항아리에서 발효되고 있다. 기자에게 맛 보라며 한 잔을 권했다.
KT라는 굴지의 회사를 다니지만 항상 농촌이 그리워 언젠가는 귀농을 해서 생활해 야겠다고 부부는 결심한다. 틀에 짜여 생활하다보면 하나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는 삶보다는 대자연과 더블아 살고 싶은 욕망이 용솟음치던 차에 2014년 명예퇴직을 할 수 있는 찬스가 왔다.

그래서 꿈을 위하여 부부는 사표를 쓰고 퇴사 동기가 되었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언젠가는 귀농해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야간과 주말을 이용해 귀농교육도 열심히 받았다.

“한 7년 쯤 받았을 겁니다.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무턱대고 귀농해서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나만의 독특한 것을 가져야만 된다는 생각에 평소에 관심 있던 전통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차츰 전통발효의 깊은 세계에 빠져서 누룩과 식초도 공부하고 귀농 후 처음에는 홍천에서 전통 식초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이곳 홍천 내촌면에 터를 잡게 된 것은 그동안 귀농 교육을 받을 때 친분이 있던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터 잡을 땅을 찾는데 참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의 10년 동안을 전국을 헤맸습니다. 그러다보니 풍수에 대한 나름의 식견도 생기고요 그러다가 이곳을 보곤 반했죠, 보세요! 이곳은 동북향이거든요, 누룩이 발효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지역입니다. 그리고 오로지 술을 빚기 위해 양조장 앞 문전옥답에서 무농약으로 쌀농사를 합니다. 여기서 재배한 깨끗한 쌀로 천연누룩을 만듭니다. 쌀누룩(이화곡)도 디디고, 좀 떨어진 곳에는 밀밭도 있는데 이 밀로는 밀누룩을 디딥니다. 자연이 가지고 있는 힘을 그대로 누룩에 담아야 좋은 술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직접 재배하고 있는 밀.
무농약으로 농사지은 쌀과 밀로 누룩 만들어 전통주 빚어

‘두루’를 알리는 홈페이지는 yesduru라고 한다. 듣기만 해도 긍정적 에너지를 나누기 위해서란다. 첫 장에 ‘최고의 발효비전(秘傳)으로 건강과 행복을 함께 나눕니다. 청정자연의 맑고 좋은 기운과 정통의 맥을 실어 최고의 맛과 향을 전해드립니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건강한 행복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술과 식초는 두루 행복해질 수 있는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식초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 아니겠습니까. 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요” 구은경 씨의 생각이다.

파인애플 식초, 선식초, 천연 현미식초
김경찬 대표는 “식초든 술이든 기초는 누룩입니다. 누룩 또한 좋은 재료로 만들어야 좋은 누룩을 만들 수 있어 쌀과 밀 무농약 농사를 직접 짓게 되었습니다.”

전통을 고집하다 보면 경제적 측면에서 손해도 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알아주는 이들이 늘어나게 돼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김 대표는 믿고 있다.

“그동안 이화곡과 밀 누룩을 어떻게 조화롭게 사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술을 빚어야 향기롭고 맛 좋은 술이 나올까를 연구한 끝에 우리만의 노하우를 갖게 되었습니다.”

전통주는 항아리에서 숙성되고 있다.
그래서 개발해 낸 술이 ‘삼선’이다. 이 술은 알코올 10%의 프리미엄 막걸리다. 전통누룩으로 술을 빚어 그야말로 입에 착 붙는 술이다. 항아리에서 바로 떠내 원액의 생생한 전통주의 맛 그대로를 담고 있다. 더불어 세 명의 정승이 난다는 풍수명당인 삼선대의 좋은 물과 땅의 기운을 담았다고 한다. 이 술 한잔 하면 정승이 될 수 있으면 오죽 좋을까.

고문헌의 석탄주를 재현한 술이 알코올 15%인 맑은술 ‘애석’이다. 석탄주(惜呑酒)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석탄(石炭)으로도 술을 만드느냐는 질문이 많아 주명을 ‘애석’이라고 했다. 따지고 보면 석탄주나 애석이나 의미하는 뜻은 같다고 보면 된다.

사대부들이 목 넘김에 줄어드는 술이 아쉬워 애석해 하며 마셨던 술이 석탄주였다면 애석 또한 그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애석’ 한 잔 두 잔 하다보면 술 줄어드는 것이 정말로 애석하게 느껴지리만큼 좋은 술이다.

‘두루’가 최근 출시 준비 중인 술이 ‘늘봄’이다. 알코올 12%인 늘봄은 한 동이 마시면 어린아이처럼 젊어진다는 술로 천상의 보물로 여겨지는 술이다. 귀한 녹두로 백수환곡동곡을 띄워 술을 빚어 맛이 달고 상큼한 것이 한국의 아이스와인이라 보면 된다. 평창 세계인의 축제 지원 사업에 선발된 술이다.

이런 전통주를 잇달아 출시하자 전통주 업계에서는 ‘두루’를 눈 여겨 보기 시작했다. 두루로서는 10년 동안 준비해온 술에 대한 열정을 하나씩 둘씩 풀어놓다보니 맛있는 전통주가 한꺼번에 출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좌로부터 늘봄, 애석, 삼선.
‘삼선’ ‘애석’에 이어 ‘늘봄’ 출시로 활로 찾아

‘두루’에서는 전통주 이외에 증류주도 출시하고 있다.

강원도 메밀과 쌀로 전통방식대로 술을 빚어 45% 소주를 내린다. 단순히 쌀로 빚어 소주를 내린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주명은 ‘메밀露’다. 메밀 10% 쌀 90%비율로 삼양주 기법으로 맑은 술을 빚어 증류주를 내리는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 입맛에도 합격점을 받았다. 밤새워 증류주를 내리면서 느낀 것이 증류주야 말로 신의 물방울이라 할 만하다는 것.

두루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선정하는 ‘농공상융합형 중소기업’에 선정돼 제8회 국제외식산업박람회에 참가해 제품을 홍보한바 있다. 또한 와인주류 박람회에서는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준비해간 상품이 모두 동이 났다고 한다.

여기에 ‘메밀露’를 가지고 나가서 선을 보이자 호평이 쏟아졌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양주 같기도 하다면서 양주를 희석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가질 정도였다고 했다.

‘메밀露’가 주당들 입을 사로잡은 비법은 바로 메밀의 독특한 향을 그대로 살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힘입어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 증류주가 ‘용포53’이다. 이 술은 알코올 53%로 최고급 전통주인 삼양주 기법으로 술을 빚어 맑은 술만 떠내 두 번 증류한 술이다. 53도라는 술이 아니라는 착각을 할 정도로 양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맑고 고운 맛이 독특하다.

한 모금 마셔보면 마치 타이완 금문도에서 생산하는 ‘金門島 58’과 비슷하다고 느끼지만 누룩의 차이가 그 맛을 달리한다.

김 대표의 설명으로는 “이화곡과 밀누룩으로 술을 빚고 이곳의 수질이 좋기 때문”이란다. “비밀이라면 밀누룩과 쌀누룩의 조화 때문일 것” 두루의 증류주는 세계로 향해 열려있다. 이제 곧 수출을 할 계획이란다.

 

‘메밀露’와 ‘용포53’
45% ‘메밀露’ 53% ‘용포 53’ 날개를 달다

두루는 전통주뿐만 아니라 전통식초도 생산한다. 전통누룩과 유기농 현미를 재료로 전통주를 빚어 천연 현미 식초를 생산한다.

또 초산균이 살아 있는 천연발효 생초인 선식초도 있다. 이 식초는 옛 방식 그대로 느리게 초 항아리에서 발효시킨 슬로푸드의 대표적인 식재료다.

알려진 대로 전통 식초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시며, 독이 없고 옹종을 제거하기도 한다.

또 어지러움을 치료하며 징괴와 적을 풀어준다고 한다.

식초 원액에 식수를 1:10정도로 타서 마시면 최고의 음료수가 된다.

전국의 양조장들이 전통누룩을 디뎌서 술을 빚는 곳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손쉬운 입국을 사용하거나 공장에서 생산하는 누룩을 사용한다.

전통양조를 추구하는 ‘두루’가 전통발효와 전통누룩을 고집하는 이유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 대표는 “고문헌 연구를 통한 부단한 노력으로 전통누룩, 전통주, 전통식초 제조방법을 터득했습니다. 또 술 빚는 용기는 일반 양조장의 대량제조방식이 아닌 전통옹기명장의 항아리를 사용하여 손으로 직접 빚는 전통제조방법의 지혜와 정성을 다하고 있다”면서 “누룩디디는 것은 자연에서 유래된 자생균과 온도와 습도 관리기술이 핵심입니다. 한마디로 빚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경험의 기술입니다. 오랜 연구와 경험으로 두루는 전통누룩 제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김 대표의 설명인 즉, 전통누룩인 밀누룩, 쌀누룩(이화곡)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최고의 맛과 향을 내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쌀누룩과 밀누룩, 녹두 누룩
고문헌 연구 통해 전통누룩, 전통주, 전통식초 제조방법 복원 

‘두루’는 역사가 짧다. 오직 미래뿐이다. 그러나 ‘두루’가 터 잡고 있는 터에서는 명당의 기운이 흘러넘침을 느낀다고 김경찬 구은경 부부는 말한다.

“예로부터 좋은 땅의 기운은 사람의 건강과 운명을 향상시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곳에서 빚는 술과 식초는 행운과 건강을 북돋아 주는 좋은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땅에서 좋은 물로 빚은 차이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자신에 찬 이들 부부의 희망이 이루어지길 바랄뿐이다.

 

그동안 오랜 가뭄으로 대지가 목말라 있었는데 취재를 마칠 무렵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김경찬 대표의 얼굴이 밝아졌다. 쌀누룩을 빚을 땅에 모내기를 할 고마운 비가 내리고 있어서다. 이들 부부가 알콩달콩 살아가며 전통주를 빚는 모습이 5월의 푸르름처럼 상큼하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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