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다른 막걸리의 인기 - 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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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7월27일 19시19분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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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허시명(막걸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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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다른 막걸리의 인기

 

글·사진 허시명(막걸리학교 교장)

 

막걸리학교가 주최한 행사장에서 다양한 막걸리를 맛보며 즐기다

작금의 막걸리 인기를 분석해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던 술들, 즉 매실주, 약주인 백세주, 복분자주, 와인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차이를 지적하기 전에, 인기를 얻었던 술들의 공통점 하나를 살펴보면 그 술들이 몸에 좋은 ‘웰빙주’였다는 사실이다.

매실주는 가정에서 많이 담는 술이다. 가양주가 위법이 되면서, 직접 발효시키지 않은 침출주인 매실주나 포도주만이 가정에서 담을 수 있는 술이 되었다. 특히 매실주의 유행에는 담기 편하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매실 재배 농가의 증가도 크게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소주 품질이 좋아진 것도 일조한 바가 크다. 주류시장에서는 보해의 5년 숙성 ‘매취순’이 히트를 치면서, 두산의 ‘설중매’, 진로의 ‘매화수’, 무학의 ‘매실마을’들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매취순의 매출을 다른 매실주들이 나눠 갖게 되고, 새로운 술들의 등장으로 매실주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막걸리 양조장으로 견학 가서 발효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약주의 영역을 재해석해낸 ‘백세주’ 인기는 국순당의 독자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다. 우리 민족이 전통적으로 약술에 관심을 많이 두었다는 점에 착안, 적절한 스토리텔링을 가미하여 탄생된 술로, 약주시장 자체를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백세주는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였고, 배상면주가의 ‘산사춘’, 두산의 ‘군주’, 무학의 ‘가을국화’, 군소양조장의 오가피주 등 약주시장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백세주의 인기는, 몸에 좋다는 복분자와 와인 바람, 그리고 소주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치열한 저도주화 경쟁 속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민속주를 포함한 약주시장 전체의 침체와 맞물려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와인은 몸에 좋은 술이라는 점과 유럽 문명이 담긴 격조 있는 술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상류문화에 이입되는데 성공했다. 수입업체가 증가되었고 와인스쿨도 여러 곳에 생겨났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다양한 와인들이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와인 소비의 증가와 와인 스쿨의 활성화는 와인의 대중화로 이어지진 못했고, 수입 와인의 바람이 한국 와인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와인의 인기는 몸에 좋은 저도주인 막걸리가 인기를 끌면서 급격하게 힘을 잃어갔다.

복분자주는 복분자가 정력에 좋다는 소문과 복분자 재배 지역의 확대로 많은 복분자주 양조장을 탄생시키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적포도주에서 시작되어 복분자주로 이어진 몸에 좋은 붉은 술은 머루주, 오디주로 이어지는 성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복분자 수확 증대가 복분자주의 양산을 이끌고, 소비자들이 이에 호응했다는 점에서 복분자주 바람은 신선했다. 하지만 값싼 복분자주가 나타나 시장을 교란시키고, 대기업 복분자주가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다양한 복분자주가 설 자리를 잃어갔다. 즉, 대형 주류업체-보해 ‘복분자주’, 진로 ‘동의보감’, 롯데 ‘구십구’-들이 뛰어들면서 군소업체의 몰락과 침체로 이어졌다. 이는 차별화된 복분자주의 정보와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겨를도 없이, 복분자주가 통속화되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막걸리를 시음하면서 맛을 논하고 있다
막걸리 또한 몸에 좋은 저도주와 웰빙주라는 장점이 한껏 부각되면서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걸리는 앞서 인기를 끌었던 술들과 사뭇 다른 점들이 있다. 앞서 인기를 끈 술들이 생산자와 유통업자가 만들어낸 히트상품이라면, 막걸리는 생산자나 유통업자와 무관하게 소비자들로부터 그 바람이 시작되었다. 막걸리 인기를 선도한 소비자층은 농주를 즐기던 기존의 소비자층이 아니었다. 일본 관광객과 일본 여성들, 도수 낮은 술을 선호하는 여성층, 땀을 많이 흘리는 등산객들, 막걸리에서 문화현상을 살펴보려고 한 언론사 기자들, 정책적으로 지원한 행정관료들이 막걸리 바람에 힘을 실어주었다. 사양 산업이던 막걸리 양조장들은 이 분위기에 고무되어 생산량을 확대하고 품질을 개선하면서 막걸리 바람에 합류했다.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속도도 아주 빨라, 2009년 2000억 원대에서 2010년엔 4000억 원대를 전망하고 조만간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약주회사, 소주회사, 과일주회사들 뿐만 아니라 식음료 유통회사들까지 막걸리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막걸리의 재발견이 이뤄지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 술을 가지고 집단적으로 열광해 본 적이 없다. 20세기는 온통 우리 술의 탄압기였고 수난기였다. 1990년 초반에 민속주로 제품을 생산해낸 ‘문배주’, ‘안동소주’, ‘이강주’가 새로 복원되면서 전통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적이 있지만, 전통주나 민속주의 관심은 개별업체의 인기로 귀결되었을 뿐 민속주나 우리 술 전체의 인기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막걸리의 인기는 소비자에서 시작된 한국 술에 대한 재발견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의미 있고, 긴 생명력을 가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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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철 (ksnbyoon@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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