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전통주 소믈리에 오형우 - 삶과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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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국내 1호 전통주 소믈리에 오형우 2013-12-11 14: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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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1900     추천:222

마음 허전한 날엔 살가움 넘치는 우리술이 최고

글·사진 박은경

와인보다 살갑고 사케보다 그윽한 전통주 선택에 전문가의 손길이 더해졌다. 그간 와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소믈리에가 전통주에도 등장한 것. 그래서 준비했다. 마음까지 사로잡는 전통주 소믈리에 1호 오형우 씨와의 유쾌한 취중담화.

전통주 소믈리에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평소 음료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맛 본 핸드드립 커피에 푹 빠져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고 와인, 위스키, 칵테일을 거쳐 전통주 소믈리에까지 도전하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전통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지방의 자그마한 양조장들을 찾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알려지지 않은 좋은 술에 감탄하면서도 널리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던 중 대회 소식을 접하게 됐고, 그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시험해 보기 위해 참가를 결심했다.

후각과 미각을 유지하기 위한 나만의 비법은
관련 서적을 독파한 다음 다양한 재료로 후각을 훈련한다. 인근 마트나 재래시장, 약재시장에 들러 술에 들어가는 재료의 향을 수시로 확인한다. 원재료의 향을 떠올리며 시음하면 전통주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또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면서 미처 발견해내지 못했던 새로운 풍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아울러 미각과 후각의 섬세함을 유지하기 위해 뜨겁거나 맵고 짠 음식, 담배를 멀리하고 대회나 시음 전에는 커피도 입에 대지 않는다.

매일 술을 드신다니 주량이 궁금하다
누구와 어떤 자리에서 마시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와인은 1~2병, 막걸리는 3병 정도 마실 때 적당히 기분 좋음을 느낀다. 단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자리에서라면 주량에 관계없이 쉬지 않고 마시는 편이다. 이럴 때면 다음날 희미한 기억으로 죄책감에 시달리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는 언제나 즐겁다. 희석 소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반병에서 1병 정도 마신다.

몰래 마시고 싶은 전통주가 있다면 공개해 달라
좋은 술이 너무 많아 선뜻 고르기 힘들지만, 한 가지만 꼽자면 정읍의 죽력고를 소개하고 싶다. 무엇보다 장인의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술이다. 38도라는 높은 알코올 수치에도 불구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부드러운 풍미에 대나무의 맑고 청명한 향을 지닌 최고 수준의 증류주라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옥천의 한주, 서울의 문배주, 이화주, 경북 칠곡의 신동 막걸리, 전남 해남의 해창 막걸리, 정읍 송명섭 막걸리, 김포 선호 막걸리 등이 기억에 남는다. 약주로는 율주와 송죽 오곡주를 추천한다.

술은 궁합이 잘 맞는 음식과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주와 어울리는 음식을 몇 가지만 소개해 달라
사실 음식과 술의 궁합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막걸리는 두부김치와 홍어, 복분자는 장어처럼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는 기본적인 공식은 존재한다. 하지만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음식을 스스로 찾아보기를 권한다. 자기 입에 잘 맞는 안주와 술이 바로 정답이고 공식이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그 술이 빚어진 고장의 특산물을 이용한 음식, 즉 술과 고향이 같은 음식을 선택하면 실패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양식과 어울리는 전통주를 꼽는다면
전통주 상당수는 단 맛이 강하게 느껴진다. 경험상 단 술은 스테이크보다는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그중에서도 진달래꽃을 넣어 만드는 두견주는 한국식 아이스 와인이라고 부를 만큼 디저트로도 손색이 없다.

마셔본 전통주 중 가장 특이한 술은
개를 이용해 만드는 무술주다. 어떤 술인지도 모르고 건강에 좋다는 말에 덥석 받아 마셨는데, 그 비밀을 알고는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개로 만들었다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깔끔하고 좋은 풍미를 가진 술이다. 시중에서 구입은 불가능하지만 운이 좋으면 술 빚는 동네 아주머니나 동호회에서 얻어 마실 수 있다.

전통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이 있다면
마치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빛깔을 감상하며 천천히 향을 즐기고, 입안에 퍼지는 맛을 느끼며 목으로 넘어가는 감촉을 잡아보길 바란다. 한 모금 넘긴 후에 찾아오는 여운을 음미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물론 술을 본격적으로 즐기기에 앞서 보관에 신경 써야 함은 기본이다. 강한 직사광선은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해야 하며, 탁주의 경우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한다. 아울러 청주와 탁주는 개봉 후 3일 이내에 마셔야 본래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와인이나 사케와 비교했을 때 전통주가 가진 매력은
지역의 환경과 특산물이 술에 그대로 반영돼 고유한 향과 맛을 지닌다는 점이다. 와인은 포도, 사케는 쌀을 재료로 만들지만 전통주는 주재료 외에도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여 매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양조되는 멋진 술이다.
또한 어떤 누룩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재밌는 술이기도 하다. 공중에 떠돌아다니는 균이 자연적으로 붙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조 과정이 똑같아도 집집마다 다른 술맛이 나타난다. 어찌 보면 굉장히 비과학적이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풍미는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다.

국내 최초 전통주 소믈리에로서 포부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부분의 전통주는 수준 높은 품질에도 불구하고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홍보가 부족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막걸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이마저도 몇몇 대기업 제품이 전체 시장을 장악해 영세한 지역 양조장들은 여전히 힘들다.
또 전통주하면 ‘선물용’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이것도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고 한 발짝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술을 담는 용기를 편안한 소재로 바꾸고 가격을 낮춰야 한다. 몇몇 전통주의 경우 선물용과 일반 판매용으로 나눠 2가지 버전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도 좋은 해결방법이라 본다.
올 한해 전통주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지방에 숨겨진 보석 같은 술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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